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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경구
작성일 2001-05-15 (화)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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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의 양심' 어디로 갔나?
                                  --   한  경  구(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지로(次郞)에게.
 오랜만일세.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답답해 신문을 던졌다가 갑자기 자네가  생각나 컴퓨터 앞에 앉았네. 현지 조사 시절, 도쿄의 어느 카페에서 자네가 들려준 수많은 얘기 중에 "사람됨을 알려면 그의 적(敵)을 보라"는 말이 요즘처럼 가슴에 와 닿을 줄이야.
 드디어 한국 정부가 역사 교과서에 대한 재수정 요구를 정식으로 일본에 전달하였다네. 일본 정부가 수정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말일세. '검인정 교과서의 내용과 일본 정부의 역사관은 별개'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지.
 교과서가 또다시 문제가 된 것은 대단히 가슴 아픈 일이네. 교과서 문제는 지난 80년 대에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일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결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려는 했지만 그래도 설마 검정을 통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네. 도저히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본 정부가 수정과 보완을 지시하리라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나? 사관(史觀)은 문제삼지 않는다는 논리 뒤로 숨어버린 일본 정부도 답답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도록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일본 사회의 모습이야말로 정말로 걱정이 되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을 '용기'가 아니라 '자학(自虐)'이라 부르는 사람들, 남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만, 그리고 아무런 잘못도 실수도 없어야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엄연히 일어난 사실을 부인하거나 외면하자는 사람들이 만든 책.... 그런 책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로 사용할만 하다며 정부가 품질 보장을 하기로 했다는데, 일본 사회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네. 그런 사람들이 수도 적고 주장하는 내용도 별 것이 아니라 싸울 가치조차 없기 때문인지, 또는 그런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워서인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거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바로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일본 사회가 정말로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과거를 덮어 둘 수 있겠나? 이웃 나라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 억압과 잔학 행위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일본 내부에 남아 있는 억압과 차별에 눈뜨고 이를 없애기를 바랄 수 있겠나? 이웃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은폐와 왜곡을 방관하는 부모들 밑에서 어떻게 진정한 용기와 의욕을 가진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 조국과 부모에 대해 좋은 점만 들려주었다가 아이들이 역사의 진실에 대해 물어오면 도대체 무어라 답해 주겠나?
 "사람됨을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격언이 피상적이라며 자네가 들려준 말, "사람됨을 알려면 그의 적을 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사십을 넘기면서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네. 싸워야 할 때에 싸우지 않은 사람들, 방관하거나 외면하거나 침묵을 선택한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결국 어떠한 일들을 허용하게 되었느지 알았기 때문이지. 내게 그 말을 들려 준 자네는 요즈음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소중한 아이들로 하여금 자네가 겪었던 곤혹스러움을 또다시 되풀이하도록 해서야 되겠는가? 일본이 하루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라네. 그리하여 다시는 후세들의 교류에 걸림돌이 없도록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기 바라네.
                                                           <조선일보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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